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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 소설, 나에게 아몬드란, 감정을 통한 심리적 접근

by 빼보릿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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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출간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한국 독서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윤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이 소설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담을 넘어서, 인간 감정의 본질과 사회적 이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감정결핍’이라는 흔치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와 인물 간의 관계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중·고등학교 추천 도서로 자리매김할 만큼 교육적 가치 또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감정을 통한 심리적 접근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아몬드라 불리는 뇌의 한 부위)가 발달하지 않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결핍증’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분노, 공포, 기쁨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체험하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감정이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되묻습니다. 이 소설은 감정이 결핍된 상태가 단순히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이해’일 수 있음을 암시하며 윤재의 성장을 따라갑니다.

윤재는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지 않고,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처음엔 감정에 대해 무관심했던 그는 엄마와 할머니의 보호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어느 날 일어난 사고로 보호막이 사라지자 외부 세계의 거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감정결핍은 사람들과의 소통, 친구와의 관계, 폭력과 상처 등 현실 문제와 부딪히며 본격적인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독자들은 윤재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그 대신 느끼게 되고, 역설적으로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손원평 작가의 문체와 소설의 힘

손원평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는 이력이 반영된 듯, 『아몬드』는 장면 전환이 매끄럽고 대사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없는 주인공의 내면을 설명할 때도 불필요한 감정 이입을 유도하지 않고, 사실적이고 건조한 문체로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또한 이 소설의 강점은 ‘감정’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설교조가 아닌 ‘질문형’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윤재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바라보며 우리는 “감정이 없으면 인간일 수 있는가?”, “공감하지 못해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는 손원평 작가가 단순히 이야기꾼을 넘어서,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철학적 시선을 가진 작가임을 입증합니다.

나에게 아몬드란

『아몬드』는 감정의 결핍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감정의 억압,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 공감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많은 독자들이 윤재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는가?",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특히 10대에서 20대 독자들에게 윤재의 시선은 낯설지만 진솔하게 다가오며,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소설은 감정을 둘러싼 폭력, 오해, 편견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윤재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친구 곤이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감정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합니다. 특히 곤이라는 인물은 윤재와는 정반대로 감정의 폭이 넓고 분노를 자주 표현하는 인물로, 두 사람의 대비는 극적인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의 관계는 감정이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아몬드』는 단순히 감정결핍이라는 의학적 상태를 소재로 한 성장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이 없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감정에 의존하며 살아가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철학적 여정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세밀한 문장과 입체적인 인물을 통해 감정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독자들에게 ‘공감의 힘’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가장 깊은 감정의 울림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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