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대표하는 인물 ‘설자은’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지구가 아닌 금성을 무대로, 보다 확장된 서사와 깊어진 메시지를 품고 독자 앞에 선다. 정세랑 소설 속 금성은 단순한 SF 배경이 아닌, 인간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세계다. 이 글에서는 금성이라는 공간이 지닌 문학적, 상징적 매력과 함께 설자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세랑의 상상력을 분석해 본다.
정세랑 작품 속 설자은의 귀환
정세랑 작가의 세계관에서 ‘설자은’은 단순한 주인공을 넘어, 그녀의 문학적 철학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설자은은 자유롭고, 규범을 뛰어넘으며,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자은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은 많은 독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며, 동시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하필 금성일까? 그녀가 돌아와야 할 장소는 왜 지구가 아닌 이국적인 행성인가? 정세랑은 늘 예상 밖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다. 그녀는 이번에도 설자은이라는 익숙한 캐릭터를 낯선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전혀 새로운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금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 행성이 아니라, 정세랑의 상상력과 문학성이 투영된 공간이다. 설자은의 귀환은 단순한 이야기 전개의 연속이 아니다. 이는 마치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문학적 탐색의 연장선이다. 정세랑은 설자은을 통해 늘 시대와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투영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고민의 배경이 금성이라는 거대한 은유의 공간이다. 설자은이 금성에서 경험하는 상황들은 단순한 우주 생존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아와 타인, 시스템과 개인, 생존과 윤리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드라마다. 그녀가 겪는 이야기들은,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은 인간 중심의 서사다. 이로써 정세랑은 설자은의 귀환을 통해 또 한 번 ‘사람 이야기’를 강렬하게 그려낸다.
설자은을 위한 금성, 공간 그 자체가 메시지
정세랑이 선택한 배경이 ‘금성’이라는 점은 단순한 SF적 선택이 아니다. 금성은 지구보다 가깝지만, 실제로는 도달하기 가장 어려운 행성 중 하나다. 460도에 이르는 표면 온도, 두꺼운 대기층, 황산 비가 내리는 환경. 그 모든 조건은 인간 존재에 적대적인 조건들이다. 하지만 정세랑은 바로 그 점에서 매력을 찾는다. 그녀는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곳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발산시킨다. 금성은 정세랑 소설에서 단순히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다. 환경이 극단적일수록 감정은 더 뚜렷하게, 갈등은 더 심화된다. 설자은이 금성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외계 환경이 아닌, 인간 사회 내부의 구조적 모순이다. 이는 지구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다루기 어려운 복잡한 주제들을 더 명확히 드러내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폐쇄된 식민기지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 생존을 위한 선택, 소외된 존재들의 연대 등은 금성이라는 배경이기에 더 날카롭게 와닿는다. 정세랑은 금성을 통해 사회적 담론을 확장한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개인주의, 그리고 여성의 위치와 정체성까지. 금성은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또한, 금성은 미지의 장소이기 때문에, 기존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질서를 실험할 수 있다. 이처럼 금성은 단순히 낯선 배경이 아니라, 정세랑이 문학을 통해 하고 싶은 말들을 가장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설자은이 금성에서 겪는 일들은 결국 독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금성 세계관이 주는 감성적 깊이
정세랑의 금성은 비현실적인 환상 속 우주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어서 불편할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을 닮아 있다. 금성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로 우리의 삶, 관계, 사회 구조와 닮아 있다. 이 공간 안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흐르고, 감정의 밀도도 다르다. 설자은은 금성에서 물리적으로 고립되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더 많은 연결과 공감을 경험한다. 이는 정세랑이 ‘고립 속 연대’라는 주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방식이다. 특히 금성 세계관의 가장 큰 매력은 ‘서정성’이다. 정세랑은 차가운 우주 공간에서도 따뜻한 언어를 잃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작지만 소중한 감정을 나눈다. 이처럼 정세랑의 금성은 단순한 공상 과학이 아니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우주’다. 설자은은 금성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장한다. 이는 단지 외계 환경에서의 생존기가 아닌, 한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변화해가는 내면의 서사다. 정세랑은 금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통해 결국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정, 무시했던 관계, 소홀히 했던 나 자신과의 대화를 다시 꺼내 보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이 금성이라는 배경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로써 정세랑의 금성 세계관은 단지 SF로 분류되기보다는, ‘철학적 감성 소설’이라는 새로운 범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정세랑 작가의 금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는 또 다른 거울이며, 설자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체성과 인간성의 본질을 탐색하는 서사 공간이다. 금성에서의 설자은은 독자에게 낯선 듯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금성이라는 우주 공간은 그 질문의 출발점이자, 정세랑 문학의 확장된 무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