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은 문유석 전 판사가 판결문 대신 던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직설적인 성찰의 결과물이다. 그는 “개인주의자”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왜곡되고 오해받는지를 지적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질문한다. 이 글에서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따라가며, ‘개인주의’, ‘자유’, ‘행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집단문화 속 개인의 위치와 역할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단연 ‘개인주의’다. 문유석은 이 단어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개인주의가 곧 이기주의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그는 개인주의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로 정의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 ‘성숙한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는 교육, 직장, 가족 등 모든 영역에서 강하게 작동한다. 초등학교 학급에서조차 ‘협동성’이나 ‘희생정신’ 같은 집단주의적 덕목이 우선되며,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은 종종 이기적이라 여겨진다. 문유석은 이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판사로서 법정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관찰하며, ‘개인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억눌린 채 살아가는지를 목격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보다는 눈치를 보고, 타인의 삶에 쉽게 간섭하며, 자신과 다르면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풍토를 비판한다. 이는 집단 안에서만 안정을 찾는 문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며, 개인의 다양성이 배제되는 구조를 낳는다. 문유석이 말하는 진짜 개인주의는 ‘자기중심적’이 아닌 ‘자기책임적’이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는 태도다. 그는 개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의 삶을 평가하거나 규정하려 들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여유와 수용이 중요한 사회적 미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
문유석의 개인주의 철학에서 ‘자유’는 필수 불가결한 가치다. 하지만 그는 자유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란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결정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유에는 고독이 따르고, 고독은 성찰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즉, 자유롭기 위해서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는 곧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자유는 여전히 ‘불편한 가치’로 여겨질 때가 많다. 지나친 자유는 질서를 해치고,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재돼 있다. 그러나 문유석은 자유가 무책임과 방종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선, 시민 개개인의 성숙한 자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자율적 인간’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이 자율성은 교육과 문화,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우리 삶의 수많은 선택들이 실은 진정한 ‘자기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 전공 선택, 취업, 결혼, 육아 등 인생의 주요한 결정들이 가족의 기대, 사회의 관습, 타인의 시선을 따라 이뤄진다. 자유는 이러한 ‘무의식적 순응’을 끊고, ‘의식적 선택’으로 나아가는 행위다. 이 선택은 때로 사회적 불편을 야기하고, 고립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 자체가 자유이며, 그 끝에야 비로소 자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유석은 자유의 본질을 ‘진실하게 살아가는 용기’로 정의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하는 삶. 그 용기를 내는 사람만이,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자유를 통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기답게 사는 기쁨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문유석은 행복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행복’의 공식을 부정하며, 진정한 행복은 ‘자기답게 사는 삶’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안정된 직장, 넓은 집, 높은 연봉,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삶이 행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삶이 과연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강요한 기준에 따른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문유석은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SNS와 미디어,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현대인은 자신의 진짜 욕구와 감정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의 인생을 보며 괜히 초조해지고, 내 삶이 뒤처진 것처럼 느끼는 이 구조는 행복을 멀어지게 만든다.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나는 감정이다. 그 감정은 오직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때 피어난다. 문 작가는 자신이 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직업의 명예나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법 앞에서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게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일의 본질’을 찾아 몰입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 사소한 일상, 대화 하나하나 속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순간이 곧 행복의 단서라는 말이다. 문유석은 『개인주의자 선언』을 통해 사람들이 ‘나처럼 살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그는 행복이란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실현될 수 있는 가치임을 말한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단순한 인문 에세이를 넘어, 한국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반성하게 만드는 성찰의 책이다. 문유석은 개인주의, 자유, 행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기 삶의 주체성’을 상기시킨다. 집단의 기준에 맞추느라 지친 우리에게, ‘당신답게 사는 삶도 괜찮다’는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는가?” 그 질문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 당신의 삶도 충분히 가치 있다.